전자책 검수 시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번번이 설명해 드리기도 어려울뿐더러 시간도 오래 걸리기에 이번 기회에 앞으로 설명 대신 활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전자책 검수 시 참고할 만한 내용을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내용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자책 검수 전에 한번 읽어보신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1. 전자책(epub)은 가변 판형입니다.
전자책에는 가변 판형과 고정 판형의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우리가 보통 전자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epub 방식의 전자책은 가변 판형, pdf 방식의 전자책은 고정 판형입니다. 판형이란 말 그대로 판(인쇄판)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전에는 ‘종이 인쇄물의 마무리 치수와 모양’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처럼 판형이라는 것 자체가 불변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변하는 판형이라니……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변 판형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이유로 혼란이 더 가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자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전자책이나 웹 문서 등의 전자 문서는 그 내용을 종이가 아닌 화면에 출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서입니다. 따라서 판단 기준 역시 종이가 아닌 화면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화면이나 창의 크기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는 것을 가변 판형, 그렇지 않은 것을 고정 판형이라 이해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문서 역시 웹 문서로 가변 판형 문서입니다.
전자책 검수 시에는 전자책이 가변 판형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같은 책도 사용하는 기기의 화면 크기, 창 및 글자 크기 설정 등에 따라 출력되는 형태가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래 그림들은 비교를 위해 ‘(주)윌북’ 출판사로부터 의뢰받아 본사에서 제작한 전자책의 동일한 부분을 아이맥(iMac)과 아이패드 에어(iPad Air)에서 조건을 다르게 했을 때의 출력 상태를 캡처한 것입니다.
가변 판형인 전자책은 이처럼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전부 다르게 출력되기 때문에 이처럼 다양한 기기에서, 창이나 글자 크기, 배경색 등을 바꿔 보면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잘 만들어진 전자책이란 특정한 조건에서만 제대로 출력되는 전자책이 아니라, 주어진 다양한 상황에 적응해 적절하게 출력되는 전자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중제목인 '소프트웨어, 앱, 프로그램'을 보면 텍스트가 화면 너비의 제약으로 인해 두 줄로 표시돼야 할 경우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양쪽 세로 바(|)를 기준으로 텍스트만 중앙에서 두 줄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원래 이렇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됐을 때 이런 방식으로 출력되도록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상황을 다르게 적용해 보면 전자책이 어떤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도록 제작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자책은 가변 판형이고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출력돼야 하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조금 모호하긴 합니다만, 굳이 기준을 잡는다면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마트폰과 패드는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자책의 여백 설정 등을 화면이 큰 PC를 기준으로 삼아 전자책을 제작한다면 화면이 이보다 작은 스마트폰이나 패드에서 볼 때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로 보기 모드에서 보면 상단 우측 여백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상태를 기준으로만 판단해 우측 여백을 줄이기 위해 좌측 여백을 더 주게 되면 세로 보기 모드일 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설정으로도 화면의 절반 정도의 너비만 차치하고 있는데 좌측 여백을 더 주게 되면 너비가 더 줄어들게 될 테니 말입니다. 이처럼 전자책을 제작할 때는 항상 생물(生物)을 다루듯, 모든 요소가 움직이고 주어지는 조건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감안해 작업에 임해야 합니다.
2. 전자책 뷰어(Viewer)
전자책 파일은 다른 형식의 파일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데이터 파일입니다. 전자책 파일의 내용을 해석해 화면에 표시해 주는 전자책 뷰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자책 뷰어의 선택 역시 중요합니다.
전자책 검수 시 사용할 만한 뷰어로는 애플사 제품의 내장 뷰어인 도서(Books)나 캘리버(Calibre), 어도비 디지털 에디션(ADE, Adobe Digital Editions)을 추천합니다. 추천 이유는 전자책의 내용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뷰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캘리버나 어도비 디지털 에디션은 맥(Macintosh)이나 윈도우(Windows) 시스템 구분 없이 사용이 가능하고, 무료이기 때문에 접근성 또한 용이합니다.
한편, 국내 각 유통사 뷰어의 상황은 또 다릅니다. 뷰어마다 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성이라기보다는 버그(bug)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요. 전자책의 설정이 무시되거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하이픈이 자동으로 생성되면서 영단어가 분리되는 기능을 지원하는 뷰어는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의 구조상 독자는 뷰어를 선택할 수 없고 구매한 전자책을 해당 유통사의 뷰어로만 봐야 하기 때문에 각 유통사의 전용 뷰어에서 제대로 출력되는지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전자책을 검수할 때는 위에서 추천한 뷰어 중 하나를 사용해 검수한 다음 국내 각 유통사의 뷰어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방법을 권장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확인했을 때 모든 뷰어에서 동일한 이상이 발견된다면 전자책 파일 자체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고, 특정 뷰어에서만 이상이 나타난다면 해당 뷰어의 버그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뷰어의 버그로 인한 오류는 말 그대로 뷰어의 오류이기에 전자책 파일 수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는 아이폰에서 내장 앱인 도서(Books) 뷰어와 각 유통사의 전용 뷰어로 봤을 때의 상황을 비교한 예입니다. 설정을 최대한 비슷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하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출력됨을 알 수 있습니다. 각 유통사 전용 뷰어의 보기 설정은 글자 크기와 여백만 조절하고, '줄 간격'이나 '문단 간격'은 '원본' 설정으로 놔뒀습니다. 이 설정을 조절하면 전자책의 고유한 설정값이 무시돼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져버리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각 유통사의 뷰어로 검수할 때는 가급적이면 모바일용 뷰어를 사용해 검수할 것을 권장합니다. 모바일용 뷰어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PC용 뷰어는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PC용 리디 뷰어는 전자책에 미세하게 설정된 '줄 간격'과 '문단 간격'이 완전히 무시되고 전적으로 사용자 설정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전자책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기에 검수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위 두 뷰어의 상단부를 보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디 뷰어의 설정을 최대한 원본과 비슷하게 조정했지만 여백 설정이 무시되고 사용자가 설정한 줄 간격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오른쪽에 있는 캘리버 뷰어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캡처하지 않고 사진으로 찍은 이유는, 리디 뷰어는 캡쳐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캡처 방지 기능 보다는 뷰어의 성능과 안정성에 더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C용 뷰어(추천 뷰어)로 전자책을 검수할 때는 되도록이면 화면 해상도가 뛰어난 시스템에서 검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면 해상도가 낮은 시스템은 글자가 선명하게 출력되지 않기 때문에 검수 작업에 조금 불편한 면이 있습니다.
화면 해상도가 뛰어날수록 전자책을 실제 책처럼(혹은 실제 책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위 사진은 해상도가 다른 시스템에서 캘리버 뷰어를 사용해 글자 크기와 창 크기를 비슷하게 설정해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해상도가 뛰어날수록 글자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링크 기능 확인
전자책의 뛰어난 기능 중 하나는 바로 링크(link) 기능입니다. 전자책은 이 기능을 사용해 차례나 주석을 만들어 클릭 시 해당 위치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링크 작업은 상당히 민감하고 번거로운 작업이라 작업자들이 조금 꺼리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특히 주석 링크는 양방향으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량 또한 2배가 됩니다. 어쨌든 링크 기능 또한 전자책의 강력한 기능이요 중요한 기능이고, 오류도 발생하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에 링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철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주석 링크는 클릭하면 해당 위치로 이동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인데, 해당 위치로 이동하는 대신 현재 위치에서 팝업(pop-up) 윈도우 방식으로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뷰어의 기능으로 이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전자책의 문제가 아닌 뷰어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뷰어의 이 기능을 위해 별다른 작업을 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마치며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 전자책에 익숙하지 않아 전자책 검수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업 중에 마주한 여러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두서없이 정리해봤습니다.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전자책을 검수할 때는 위에서 추천한 뷰어(도서, 캘리버, ADE) 중 하나를 사용해 먼저 검수한 다음 최종적으로 각 유통사의 전용 뷰어를 사용해 검수하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추천 뷰어로 오탈자를 비롯해 오류 등 전반적인 사항을 검수한 후 각 유통사 전용 뷰어를 사용해 원본과 다르게 나타나는 부분과 목자와 주석 링크 등 기능적인 부분만 확인하면 됩니다. 각 유통사 전용 뷰어는 가급적 모바일용 뷰어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검수를 하실 때는 다양한 기기에서, 글자 크기나 창 크기 등을 변경해 가면서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적절하게 출력되는 전자책이 잘 만들어진 전자책입니다.
* 추가 *
아래는 추천해드린 뷰어 중 캘리버(Calibre)와 어도비 디지털 에디션(ADE, Adobe Digital Editions)을 다운받으실 수 있는 링크입니다.
도서(Books) 앱은 애플(Apple) 제품용 내장 뷰어로 매킨토시나 아이패드, 아이폰 등 애플 제품 사용자는 별도 설치 없이 사용하실 수 있으며, 애플 제품 사용자가 아닌 경우에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검수는 가급적이면 PC용 뷰어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모바일용 앱으로 검수를 원하실 경우에는 도서나 어도비 디지털 에디션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캘리버 역시 모바일용 앱이 있지만 온전하게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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