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전자책을 epub 형태로 출간할 것인지, pdf 형태로 출간할 것인지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합니다. 저는 전자책 제작자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판단해보면 답이 금방 나오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텍스트를 중시하는 도서라면 epub 형태, 이미지를 중시하는 도서라면 pdf 형태를 선택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자책 구매 시 저의 판단 기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화나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어린이용 그림책 등은 당연히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pdf 형태로 출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분야 도서의 텍스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의 비중이 좀 더 높다는 뜻이지요. 게다가 epub 방식으로 제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그럼 요리책의 경우라면?
요리책은 보통 화려하게 제작됩니다. 사진이 많고 배경 자체가 사진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요리 관련 도서는 종이책을 그대로 옮긴 pdf 형태로 많이 출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요리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한다면, 선택이 가능하다면, pdf 형태로 된 요리책은 사지 않을 겁니다. 제가 만약 주방에 항상 커다란 모니터를 놓고 요리를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기에 전 epub 방식의 요리책을 구매할 것입니다. 제게 더 필요한 건 화려한 사진이 아니라 조리법이기 때문입니다. epub 방식으로 제작된 요리책은 스마트폰으로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고,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활용이 가능할 테니 말입니다.
이런 판단 기준을 갖게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파일 형식의 특성입니다.
epub 방식의 전자책은 중요한 부분에 마커를 칠하고 메모하거나, 책갈피를 삽입하는 등 종이책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 가능할뿐만 아니라 종이책에서는 할 수 없는 빠른 검색 등의 강력하면서도 편리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pdf 방식의 전자책은 목차나 책갈피 기능을 사용해 해당 페이지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pdf 파일도 원래 마커와 검색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요즘 출간되는 pdf 형태의 전자책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pdf 파일도 전자책과 마찬가지로 폰트(font)가 내장되는데, 폰트 저작권 문제로 인해 요즘은 대부분 폰트가 제거된 이미지 형태로 만들어져 출간되기 때문입니다. 폰트가 없으니 텍스트도 없고, 텍스트가 없으니 검색이나 마커 표시가 불가능합니다. 메모를 하거나 선을 긋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이 역시 번거롭고 공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불편한 편입니다. 여기에 pdf 방식이 고정 판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느껴지는 불편함까지 더하면... 그다지 매력을 느낄 수 없습니다. 가끔 텍스트가 중요한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pdf 형태로 출간된 전자책이 종종 눈에 띄는데 이런 책에는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텍스트가 중요한 도서이지만 화려한 배경 등이 들어가 epub 방식으로 제작할 경우 종이책의 화려함을 그대로 살릴 수 없어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럴 땐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판단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만약 이런 책을 epub 방식으로 결정해 제작을 진행할 경우에는 디자인 수정이 불가피하니 어떤 방식으로 재편집해 제작할 것인지도 미리 고민해봐야 합니다. 만약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없다면 epub와 pdf를 모두 제작해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 방법도 있을 듯합니다. 물론 선택의 여지 없이 pdf로 제작해야만 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전자책 제작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견적에 대하여 (0) | 2023.06.06 |
---|---|
전자책 견적 및 제작 의뢰 시 필요한 자료 안내 (0) | 2023.06.02 |
편집자를 위한 전자책 검수 Tip (3) | 2023.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