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윌북'에서 처음 의뢰받은 책이다.
지은이는 데비 밀먼으로 작가, 예술가, 디자이너, 브랜드 전략가라는 다양한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디자인 매터스(Design Matters)'라는 팟캐스트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저자가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명사(名士)들과 나눈 대담을 인터뷰 방식으로 엮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저자인 알랭 드 보통, 팀 페리스를 비롯한 총 56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명사와의 인터뷰 섹션은 각각 인터뷰 대상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인물 사진으로 할당된 두 페이지로 시작되고 바로 인터뷰 내용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 두 페이지는 모두 이미지로 처리했다. 이것만 무려 112개다.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는 인터뷰 날짜와 낙서 같은 이미지가 들어있는데 이 이미지 역시 중복이 거의 없다. 전부 58개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미지는 아니지만 욕심이 생겨 배경이 제거된 이미지로 편집했다. 배경이 제거되지 않은 이미지는 전자책의 배경을 어두운색으로 바꿨을 때 이미지의 흰색 배경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터가 제공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미지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이를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 작업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낙서 이미지의 색이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이었다면 좀 더 뚜렷하게 보였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미지의 배치도 수직 중심이 날짜의 중앙에 오도록 배치했다.
이 외에도 표지, 뒤표지, 반표지, 속표지, 중간중간에 들어간 명언구(名言句) 등을 전부 이미지로 처리했기 때문에 이미지 파일만 총 221개다. 전체 작업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이미지 편집에 소비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주 복잡하거나 까다로운 작업은 아니지만 페이지의 구조 때문에 작업량이 많았다. 대부분이 인터뷰 형식으로 좌측에는 화자를 표시하고 우측에는 내용을 표시하는 대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자의 질문과 상대의 답변 내용의 서체도 다르다. 전자책에서는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은 전부 작업 대상이 된다. 이 형태의 본문 작업과 관련된 스타일 지정 건수만 4천 건이 넘는다.
중간중간에 인터뷰 상대의 말 중 핵심적인 내용을 굵고 큰 적색 글씨로 강조한 부분이 나온다. 전자책은 가변 판형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꽤 신경을 쓰는 편이다. 종이책과 동일하게 문장을 끊으면 조건이 달라졌을 때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문장을 끊지 않되 단어가 분리되지 않도록 편집했다. 문단의 우측에도 약간의 여백을 줬다. 내가 제목 등에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목록. 조금 품이 드는 작업이지만 이젠 익숙해져 큰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 책은 전체적으로 이런 형태와 유사한 터라 별다른 것도 없는 작업이었다. 목록도 단어가 분리되지 않도록 편집하고, 행간 여백과 단락 여백에 차이를 줘 항목별 구분이 잘 되도록 해서 가독성을 높였다.
이미지 파일 221개, 문서 파일 228개, 폰트 파일 5개... 전자책에 포함된 파일 수만 해도 이 정도다. 당연히 작업 건수도 상당히 많았다. 대충 추산해도 5,000건 정도는 되는 듯하다. 문서 파일 수가 많은 이유는 문서를 합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사 뷰어는 페이지 분리 설정을 지원하지 않는다.
나중에 실물 종이책을 영접했는데 꽤 두꺼웠다. 작업한 책이 이렇게 두꺼운 책이었다니... 어쩐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작업 전에 미리 봤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기가 좀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읽은 '오베라는 남자'가 생각났다. 전자책으로 봤고 꽤 재미있어서 읽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나중에 종이책을 보니 꽤 두꺼운 책이어서 놀랐다. 이것도 전자책의 장점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두께로 독자의 기를 죽이지 않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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