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을 구매하거나 대여해 보다 보면 정말 성의 없게 제작됐다는 인상을 주는 책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글과 그림을 단순하게 나열해 놓은 듯한 책부터, 전자책 변환 툴을 사용해 단순 변환만 해 놓은 듯한 책,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전자책 내부에 탑재도 가능한 고품질의 서체font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서체가 전혀 탑재되어 있지 않은 책 등 다양합니다.
전체적으로 볼 땐 괜찮은 편이지만 디테일이 아쉬워 보이는 책 역시 꽤 많이 눈에 띕니다. 그림의 크기나 정렬 상태가 이상하다거나, 목차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아 전자책의 강력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목차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거나 오작동하는 경우, 본문이나 예문, 목록 등 문장이나 문단의 성질에 따라 각각 고유한 디자인을 적용해 서로 구분돼야 하는데 독립성과 일관성이 떨어져 서로 구분하기 힘든 경우 등 디테일이 아쉬운 예는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자책도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하는 하나의 상품인데 이런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 그리 유쾌한 경험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종이책의 경우라면 파본을 구매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종이책은 정상적인 책으로 교환하면 그만이겠지만, 전자책은 출판사에서 다시 제대로 만들거나 수정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더 막막하기까지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인식’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입니다. 혹시 전자책을 단순한 종이책의 부산물 정도로, 전자책은 종이에 인쇄된 글자를 종이 대신 모니터에 출력시킬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기만 하면 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만화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 중 어떤 것이 주(主)고 어떤 것이 종(從)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요.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게임의 내용이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매체media와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어느 것이 더 올바르다거나 낫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단순하게 종이책이 변형된 부산물이라고 바라보는 인식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종이책과는 매체가 다른 독립적인 책의 한 형태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책 또한 종이책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인식해 종이책을 만드는 것처럼 공들여 제작하고 판매해야 독자들의 호응도 좋아지고 수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전자책의 장단점'에서도 언급했듯, 전자책은 전자책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이유로 현재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선호하고, 전자책으로 구매할 수 없는 책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전자책으로 구매해 보고 있습니다. 틈틈이, 무척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전자책으로는 구매할 수 없거나 소장 중인 오래된 종이책들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제작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전자책의 품질이 점점 더 좋아져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고 독자들이 전자책 구매를 통해 실망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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