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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깃 저널

전자책은 종이책의 부산물일 뿐인가?

by 여름깃19 2022. 11. 8.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대여해 보다 보면 정말 성의 없게 제작됐다는 인상을 주는 책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글과 그림을 단순하게 나열해 놓은 듯한 책부터, 전자책 변환 툴을 사용해 단순 변환만 해 놓은 듯한 책,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전자책 내부에 탑재도 가능한 고품질의 서체font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서체가 전혀 탑재되어 있지 않은 책 등 다양합니다.

 

전체적으로 볼 땐 괜찮은 편이지만 디테일이 아쉬워 보이는 책 역시 꽤 많이 눈에 띕니다. 그림의 크기나 정렬 상태가 이상하다거나, 목차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아 전자책의 강력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목차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거나 오작동하는 경우, 본문이나 예문, 목록 등 문장이나 문단의 성질에 따라 각각 고유한 디자인을 적용해 서로 구분돼야 하는데 독립성과 일관성이 떨어져 서로 구분하기 힘든 경우 등 디테일이 아쉬운 예는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자책도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하는 하나의 상품인데 이런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 그리 유쾌한 경험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종이책의 경우라면 파본을 구매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종이책은 정상적인 책으로 교환하면 그만이겠지만, 전자책은 출판사에서 다시 제대로 만들거나 수정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더 막막하기까지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인식’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입니다. 혹시 전자책을 단순한 종이책의 부산물 정도로, 전자책은 종이에 인쇄된 글자를 종이 대신 모니터에 출력시킬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기만 하면 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만화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 중 어떤 것이 주(主)고 어떤 것이 종(從)이라 단정할 수 있을까요.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게임의 내용이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담아내는 매체media와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어느 것이 더 올바르다거나 낫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단순하게 종이책이 변형된 부산물이라고 바라보는 인식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종이책과는 매체가 다른 독립적인 책의 한 형태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책 또한 종이책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인식해 종이책을 만드는 것처럼 공들여 제작하고 판매해야 독자들의 호응도 좋아지고 수익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전자책의 장단점'에서도 언급했듯, 전자책은 전자책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이유로 현재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선호하고, 전자책으로 구매할 수 없는 책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전자책으로 구매해 보고 있습니다. 틈틈이, 무척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전자책으로는 구매할 수 없거나 소장 중인 오래된 종이책들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제작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전자책의 품질이 점점 더 좋아져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고 독자들이 전자책 구매를 통해 실망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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